이승준 목사의 그림이 있는 맑은 바람편지
“호숫가를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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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신문 기자 작성일21-12-12 19:46본문

제게는 한달에 한번, 매달 첫째 주말에 만나서 식사와 교제를 하는 모임이 있습니다. 제가 군 선교를 하려고 군 선교연합회에서의 소정의 교육을 마치고 8주간 실무교육을 받으러 인턴십 교육을 갔던 곳은 제 7 탄약창 내 군인교회였습니다. 그곳에서 시무하시던 군 민간 목사님이셨는데 8주 동안의 인턴과정 가운데 제게 가르침을 주셨던 분입니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마침 목사님 내. 외 분이 사시는 곳도 저와 같은 덕산면 소재지이고 또 각별한 인연으로 인해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격려와 조언과 교제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충주 시내의 작은 이태리 파스타 집에서 만나 스파게티와 핏자로 식사를 나누고 충주 호암지 호수 수변 도로를 함께 걸었습니다. 주로 관심사는 군선교 내용이었으며 앞으로의 목회 과정과 또 은퇴 후의 생활 등으로 화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로 인하여 원활하지 않은 군 선교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들과 자금 화두가 된 인천 모 교회발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하여 언제 또다시 군선교의 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걱정하며 호수가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약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공기는 깨끗하고 상쾌했습니다. 아내와 사모님께서도 이 만남이 좋은지 밝은 표정으로 길을 걷고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내일 주일 신우들에게 나누어 줄 간식거리를 사러 가려고 할 때 부대 군종병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인즉, 오미크로론 확산으로 인해 모든 종교행사와 민간 성직자 출입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숨이 탁 막혔습니다. 또 이 기간이 얼마나 오래갈까 새롭게 만난 이 군종병들과 몇몇 신우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만일 지난 주일의 예배가 이 친구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어버린다면, 아니 그보다 더한 우리 생애 마지막 예배였다면 어떨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이미 주일 예배를 교회 예배당에서 드려야만 한다는 명제가 깨어진 이 시점에 예배를 금하는 집합 금지가 놀랄 것도 없는 일이 되어 버린 생각이 앞섰습니다.
“너희로 지극히 선한 것을 분별하여 또 진실하여 허물없이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르고(빌1:10)”

사도 바울이 사랑하던 빌립보 교회가 다툰다는 소식으로 인하여 바울은 빌립보 교회에게 편지의 형식으로 권면을 합니다. 바울은 이제껏 믿음을 잘 지키고 인내하여 온 빌립보 교회가 하나된 마음으로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잘 지켜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그 때가 이를 때까지 하나가 되어 선한 것을 분별하고 허물없는 거룩한 삶을 살아가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이 지금 절실합니다. 우리는 이 어려운 순간에서도 오직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탄은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갖은 방법을 쓰고 우리를 음해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도 거기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로 참으로 신앙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욥기를 보면 욥은 동방의 의인이라 칭할 정도의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도 매우 흡족하게 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의 어떤 회의 자리에서 사탄에게 하나님은 욥을 은근히 자랑하십니다. 그런데 사탄은 까닭 없이 하나님을 잘 섬기겠느냐 하면서 욥을 고난 가운데 처하게 하면 하나님을 원망할 것이라 말을 하며 고난을 종용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갑자기 욥은 순식간에 모든 재산과 자녀들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도 믿음을 잃지 않게 되자 사탄은 욥에게 질병을 안겨줍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는 욥의 생명은 건드리지 말고 질병을 주어도 된다는 허락을 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쩌면 욥은 하나님께서 사단에게 욥을 자랑한 것에 대한 댓가를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욥은 이제껏 자기가 알았던 하나님에 대한 더 깊고 심오한 뜻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것 아닐까요?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있을까요? 형식적으로 그저 배우고 익숙한 대로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는가를 돌아다 봅니다. 어제 원로 목사님과 호숫가를 거닐면서 나눈 이야기 중에 그 목사님의 일생을 통해서나 저의 평생에 걸쳐서 이렇게 바이러스로 인하여 온 인류가 몸살을 앓듯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던 적과 예배가 막혔던 적이 있었는가를 물었습니다. 대답은 “없었습니다.” 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욥을 시험한 하나님의 마음을 지금 읽어내야 합니다. 욥의 세친구의 변증과 궁지에 몰려 항변하던 욥의 답변들이 오늘 우리 생애의 궁색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대림절에 심판의 주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며 이 어려운 난관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대림절 기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임하시는 날을 누가 능히 당하며 그가 나타나는 때에 누가 능히 설리오 그는 금을 연단하는 자의 불과 표백하는 자의 잿물과 같을 것이라 (말3:2)”
이승준 목사는 제천시 덕산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맑은바람전원교회를 섬기고 있다. 군인교회인 새벽이슬교회도 함께 섬기고 있다. 농부이면서 시인이다. 저서로는 <월악에 내리는 눈>(좋은바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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